친구 2-13
조금씩 사라지지만 마음 한켠에 쌓이는 그런 마음들.
사랑을 해본 사람 치고 실연의 경험이 없다면 그 사람은 대단한 행운아이거나 아니면 불행한 사람일는지도 모른다.
실연의 아픔도 성공적인 사랑의 희열과 더불어 역시 인생의 깊은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이겨내는 데는 사람에 따라 너무 힘들고, 때로는 목숨까지 버리게 하기도 한다.
실연의 아픔을 이겨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그로 인하여 절망하지 않는 일이며, 절망하지 않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랑의
실패를 자기 가치의 부정으로 연계시키지 않는 일이다. 약하니까, 결함이 있으니까, 못난 곳이 있으니까, 불완전하니까,
때로 열등하니까.... 그러니까 인간인 것이며, 그것들은 인간적인 특징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이 인간으로서 덜 가치 있다거나, 덜 존엄하다거나, 인간으로서 덜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자존심의 상처나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우리는 죽는 날까지 배우고 또 배우는데 그때마다 적지 않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때로는 현금일 수도 있고 때로는 체면의 손상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가슴의 상처일 수도 있다.
어떤 때는 신체적으로 얻어맞은 후에 정신이 들기도 한다. 사랑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가령 어떤 사람하고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 관계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거나, 그 관계(연애)는 '실패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생각은 잘못된 것으로서, 실제로 세상에 실패한 관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이 서로 충분히 잘 맞지 않음을 발견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두 사람이 서로 잘 맞는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한 번 생각해 보자.
공통점이 낮은 경우도 있지만 서로 잘 맞는 점이 더 많을 경우가 많다.
이렇게 평가해 본다면 어떤 관계도 '완전히 실패'라거나 '완전히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분법적 사고를 하게 되면 감정 반응 역시 극단적으로 되기가 쉽다.
상대방을 너무 좋아(理想化)하거나, 극단적으로 미워하고 싫어하게 되며, 중용을 모르게 된다.
누군가 사랑은 햇볕과 같다고 한 것이 있다. 햇볕이 너무 뜨거우면 살갗이 데어 버리듯이,
이분법적 사고란 상대가 우군이 아니면 적군이 되라는 단순한 논리이므로 어제의 애인이 오늘은 원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어제까지 무척 다정하던 사람이 오늘은 상대를 잔인하게 해치는 행위도 서슴없이 할 수 있다.
이것은 성격의 미성숙이며 감정 조절의 부적절성으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는 완전한 원수도 그리고 완전한 친구도 없는 것이다.
하물며 완전한 애인이 있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것만을 추구한다면 그 사람은 언젠가는 배반의 쓴잔을 면할 수 없을는지도 모른다.
흑과 백의 중간 영역에 속하는 것을 충분히(완전히가 아님)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성격적으로 성숙된 사람의 사랑이라
할 수 있다.
-